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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전주의 한벽문화관의 ;찰나의 고독 귀로 전시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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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정체성을 잃은 듯 마치 자신이 봄 마냥 살랑거리더니 최근 들어 하얀 손톱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겨울’입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계절을 착각한 채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도 보이고 지난여름에 핀 장미꽃이 꽃잎을 다 떨구지도 않은 채 겨울을 맞은 것을 보았는데요. 동장군 대비에 철저해야 할 요즘 우리 전주에 잠시 쉬어가라며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전주한벽문화관 한벽전시실인데요. 개관 기념전으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故김학수 사진가님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고 하니 조심조심 한벽문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볼까요? 

전주한벽문화관에 한벽전시실이 생겼대요! 

전주 향교 옆 한벽루 아래에 위치한 전주한벽문화관은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등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전주의 대표적인 복합문화시설로서 전통혼례를 올리는 화명원과 각종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한벽공연장과 야외공연장 그리고 체험공간인 경업당과 조리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는 공간인데요. 

전주한벽문화관 내 다양한 공간들

일정이 맞으면 야외에서 열리는 전통혼례식은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꽤 흥미로운 행사입니다. 게다가 새로 마련된 야외공연장과 한벽공연장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들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데요. 무엇보다 명절 때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전주시민들을 위해 전주한벽문화관 마당을 전통놀이로 꽉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벽전시실 내외부

그랬던 이곳에 또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는데요. 바로 한벽전시실입니다. 예전에 한벽공연장 앞에 이젤을 세우고 전시하던 방식에서 훨씬 세련된 정식 전시실이 생긴 것인데요. 우리 지역 시각분야 예술인들의 창작권 확대와 시민문화예술 향유 등을 목적으로 탄생한 만큼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사천 김학수 사진가의 찰나의 기록, 영원히 가슴에 남아

전주한벽문화관 한벽전시실 개관을 기념하여, 육십 평생 우리 지역을 무대로 활약하다 올 봄 머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신 故김학수 작가님의 ‘귀로歸路 : 찰나의 고독’전이 열렸는데요.

“이제 그물을 빠져나가는 바람같이 내 세상의 바다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네”라고 적힌 김학수 작가님의 '귀로'로부터 시작하는 전시장

이번 전시는 그의 자작시 '귀로'에서 착안했고, 생전에 그가 강조했던 '찰나'라는 단어와 그 '찰나'를 담기 위해 몇 날이고 고군분투했을 작가로서의 고독감을 담았는데요. 전시장 초입 작가 소개를 시작으로 작가의 자작시 ‘귀로, 향리, 염전, 방앗간, 시장’ 등 주요 작품들과, 카메라를 비롯한 작가의 유품 및 재현공간, 지인과 유족 인터뷰 영상, 딸의 편지, 최승범 시인의 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주문화재단 콘텐츠사업팀 이윤혜 학예사님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지인 및 유족 인터뷰 영상을 촬영할 때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하는 과정 속에 마치 김학수 작가님의 살아생전 모습들이 자신의 뇌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양화가 선기현님,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이흥재님, 이래면옥 최정희 대표님, 딸 김회림씨가 평소 김학수 작가님이 좋아하시던 ‘이래면옥’에서 촬영한 영상은 이번 전시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전시장의 ‘향리, 염전, 시장, 방앗간’이란 섹션으로 전시된 작품들

우리지역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한 사진가, 김학수

김학수 작가님은 우리지역 전주에서 1933년에 출생해 한평생 지역의 자연과 사람(향리, 염전, 시장, 방앗간, 가족사진, 어촌, 죽물시장, 자화상 등)을 필름에 담아 온 작가로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흑백 사진작가로서의 명망이 높은데요. 

김학수 작가님의 작품 ‘눈오는 날’과 ‘어촌’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김학수 작가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예술성을 다루는 작품들은 '백'을 살리고, 생활상을 다루는 작품은 '흑'이 강하다고 합니다. 특히 자연을 소재로 다루는 예술성 작품은 유독 눈 내린 겨울 사진이 많은데, 흑과 백, 명암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함도 있고, 그 톤의 차이를 역이용해 수묵화처럼 여백의 미로 승화시키는가 하면, 때에 따라 탁월한 역광 기법으로 예술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김학수 작가님의 유품들

전시의 말미로 갈수록 김학수 작가님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가 사진 작업을 할 때 각종 장비들과 유품들, 그리고 살아계셨을 때 제일 가까이 지내셨다는 따님이 작가님의 장례식을 치르며 많은 도움을 받은 친구 분들과 아버지의 지인 분들께 보낸 감사의 문자들이 아버지를 기리는 편지가 되어 전시장 한편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시대 속으로 사라진 수많은 풍경들, 그리고 그것들을 찾아 헤맸던 작가도 이제 마주할 수 없지만, 눈이 내린 하얀 들녘을 바라볼 때면 더욱 더 생각나는 선배님이시기도 합니다. 그의 고집과 사진에 대한 애정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60년간의 그의 작품들이 기록을 넘어 예술로 확장된 사진이라 여기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시민 여러분! 추운 겨울 전시장 나들이로 고향의 포근함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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