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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경기도 광명에서 문화충전 하러 가볼만한 곳 전철로도 가기 쉬운 기형도 문학관을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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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타고 가기 쉬운곳
보통 10량 편성을 이용하다가 4량 편성의 광명행 열차가 전철역 승강장에 들어오면 조금 당황하게 됩니다. 영등포역에서 매시간 한 번씩 출발하는데 금천구청역까지만 같은 선로를 이용하다가 아주 긴 터널을 지나가며 마지막 광명역에 도착합니다. 유일하게 KTX 열차와 같은 터널을 사용하는 광명행 전철이며 KTX 열차의 운행 상황에 따라 금천구청역이나 광명역에서 출발을 조정을 하기도 하죠.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행했지만 현재는 낮 시간대에도 운행하고 있어서 승차위치만 잘 파악하고 있으면 광명으로의 전철 여행이 편리합니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걸어서 6분 거리에는 기형도문학관이 있습니다. 언론인이자 시인이었던 기형도(1960~1989)가 남긴 문학자료를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는 광명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중 한 곳입니다. 11월이면 개관 4주년을 맞이하네요.

여름이면 풋내가 나지 않도록 잘 담근 열무김치를 이용해 비빔밥을 해서 먹어도 좋고, 냉면에 넣어도 좋지요.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시작하는 브레인스토밍처럼 설렁탕은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과 연결되고, 시원한 열무김치는 기형도가 남긴 시 '엄마 걱정'을 연결하게 됩니다. 시집을 넘겨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로 시작하는 구절에 집중하며 읽어 보면서 훔치고 싶은 표현이랄까? '해는 시든 지 오래', '배춧잎 같은 발소리', '내 유년의 윗목'에서 내 시선은 도돌이표 지시를 따르듯 구간반복 합니다.



태어난 곳은 인천광역시 옹진군이지만 1964년에 광명시 일직동(당시 시흥군 일직리)으로 이사해서 타계할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가 10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도, 나이 스물아홉이었던 그도 같은 가족력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새로운 봄이 오면 아버지의 건강이 회복될까 기대를 했지만 그 봄은 과연 언제일까? 병환 중인 아버지 대신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던 엄마가 밭에서 키운 열무를 묶어 장으로 나서는 모습과 혼자 훌쩍거리며 엄마를 기다렸던 어느 비 오는 밤의 기억이 '엄마 걱정'에 고스란히 담긴 듯합니다.



1984년 중앙일보사 입사, 다음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로 등단하며 의욕적으로 작품 발표를 이어갔지만, 시를 쓰기 시작한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때 누나가 사고로 사망한 이후부터. 제망매가와 같은 성격의 그리움이 담긴 시가 있을까 찾았을 때 소개되는 시가 '나리 나리 개나리'.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 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나리 나리 개나리' 중 일부 발췌-





<시인 기형도>라는 전시공간에는 그가 사용했던 소품들이 개관 이후 현재까지 같은 위치에 남아있습니다.
잉크를 채워가며 사용하는 만년필과 AM, FM 방송을 휴대하며 들을 수 있는 포켓용 라디오, 알람 기능이 내장된 탁상시계 그리고 취업 후 유럽여행을 하며 사용했다는 힙팩(허리쌕)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음성 자료가 없으니 그의 노래 실력을 알 수는 없었지만 펼쳐서 (문학관 소개) 리플릿을 읽었을 때 그림에도 소질을 보였다는 원고를 보충해 주는 전시 자료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의 체육 노트였네요. 볼펜 글씨와 함께 선수들의 위치와 동작을 깔끔하게 그렸는데 동작이 모두 다르게 그릴 정도로 그의 그림 실력을 인정하게 됩니다.



임명장에 기록된 1972년 그해에 독일 뮌헨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렸고, 미국은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했고, 제1차 남북적십자회담이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같이 전시된 것이 교과별 학습발달 종합평가. 100점을 놓친 적이 없는 한문 점수를 비롯한 놀라운 교과 성적을 보면서 그가 남긴 시 제목이 생각났어요.
바로 <질투는 나의 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휴관은 아니지만 사전예약을 통해 최대 입장 가능 인원 9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예약이 미달된 경우에는 현장 입장이 가능합니다.
4명까지 동시 입장이 가능하지만 전시관 바닥면 표시를 통해 관람 시 거리두기 유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
● 관람료: 무료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위치: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268
● 대중교통: 버스 1-3, 2, 3, 12, 17, 505, 5627, 5633번
● 하차 정류장: 기형도문학관, 황용사




<엄마 걱정>과 달리 <겨울 판화 7>에는 숨은 뜻이 있어서 참고서 같은 설명이 필요했던 상황.
시를 읽다보니 선명하게 전달되는 것은 상징도 과장도 아닌 가난한 아버지.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갯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 기형도 시인의 '안개' 중에서 -




주로 산지에서나 볼 수 있다는 마가목 꽃을 보았습니다.

꽃이 지고 가을이 되면 팥 크기의 붉은 열매를 볼 수 있는데 마치 장날에 마늘 한 접 신문지 위에 올려둔 모양처럼 열매를 보면 풍성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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